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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필름 카메라를 꺼내다

by 돼지킴 2020. 2. 29.

문득 카메라가 사고 싶어졌다. 처음 두어달 열심히 찍다가 어느 순간 장롱에 처박혀있는 몇 대의 카메라들이 보이지만..고싶다. 그냥 사고싶다.

막상 찾아보니 마음에 드는 카메라는 200만원이 넘어가고, 양보를 거듭해 사양을 낮추고 중고를 찾아봐도 100만원 이상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문득 스무살에 아버님께서 선물로 주신 필름 카메라가 생각났다. 15년간 수없는 이사 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은 카메라...사실 지금껏 어디 계속 처박혀있다가 최근 이사 때 우연히 발견한 카메라다.
"펜탁스 MX!!!"


약 15년만에 다시 개봉한 카메라는 문제가 많았다. 특히 셔터는 눌리는데 '찰칵' 소리가 나지않는다. 내부를 살펴 보니 거울이 열린채로 천장에 붙어있다. 손가락으로 떼어놓으니 검은색 부스러기들이 마구 떨어진다. 근처 스펀지들이 부식해서 그냥 부서진 것 같다.

내가 만져봐야 문제만 더 심각해질것 같아 바로 카메라 수리 업체를 찾아 택배를 보냈다.
고장 수리 + 세척 + 렌즈 곰팡이 제거 =10만원!!
눈탱이 맞은건지 적정선인지 모르겠다만 고쳤으면 됐다.

필름은 인터넷에서 가장 싼 코닥 200을 샀다. 그리고 이래저래 찍은 첫 롤...

첫 사진은 이렇게 나올만하지..이건 패스..

첫 사진이 너무 이쁘다. 색감이며 아웃포커싱이며..너무 마음에 든다.

인물 사진이 잘 나오긴 하지만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애들을 찍으려면, 초점 수동으로 맞추고 노출계 보면서 셔트 스피드 돌리고 애들 저기 가면 따라가서 초점 다시 맞추고...
역시 애들은 미러리스로 찍어야..소니 AF만한게..


때마침 독일출장이 있어 짬날때 조금씩 찍어보니 사진 느낌 너무 좋은것 같다. 그냥 찍었는데 뭔가 필터 적용한 것 같아서 이상하게 뿌듯하다.

현상하기 전까지만해도 한장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고민이었는데 막상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노출계만 제대로 봐도 버리는 사진은 없을 것 같다. 결국 나만 잘 찍으면 되겠군...
다음에는 후지 필름으로 이것저것 찍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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